호치민에 오래 살면서 가장 자주 받는 연락 중 하나가 “계약서에 이미 사인했는데, 이 조항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이다. 이미 사인한 다음에 물어보는 게 문제다.
호치민 아파트 임대차 계약서는 베트남어 원문이 법적 효력을 가진다. 집주인이 영어 번역본을 따로 주더라도, 법원에서 분쟁이 생기면 베트남어 계약서가 기준이 된다. 한국인 임차인 대부분은 영어 번역본만 보고 사인한다. 그리고 보증금을 못 돌려받거나, 중도 해지 위약금을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낸다.
이 글은 호치민에서 아파트를 임차하려는 한국인 주재원과 자영업자를 위한 실무 가이드다. 2026년 기준, 실제 계약서에 어떤 조항이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 어디서 함정이 생기는지 직접 겪어본 것들을 기반으로 정리했다.
호치민 아파트 임대차 계약서 — 베트남어 계약서가 무조건 우선이다 — 기본 개념부터
호치민에서 아파트를 임차할 때 받는 계약서는 보통 두 가지 중 하나다. 베트남어 단독 계약서, 또는 베트남어·영어 병기 계약서(Hợp đồng thuê nhà). 간혹 한국어 번역본을 따로 주는 집주인도 있는데, 그건 그냥 참고 서류다.
베트남 민법 2015(Bộ luật Dân sự 2015, 시행 2017년 1월 1일)에 따르면, 외국인과 체결하는 국내 부동산 계약에서 언어 분쟁이 생길 경우 베트남어 원문이 우선한다. 이게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법령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건 영어 번역본과 베트남어 원문의 내용이 미묘하게 다른 경우다. 직접 겪어보거나 주변에서 들은 사례로는, 보증금 환급 기한이 영어본에는 “30일 이내”로 돼 있는데 베트남어 원문에는 “30 ngày làm việc(영업일 30일)”으로 돼 있는 경우가 있었다. 영업일 30일이면 실제로 약 6~7주다.
베트남어 계약서를 읽지 못한다면, 서명 전에 반드시 공증 번역사(dịch thuật công chứng)에게 의뢰하라. 비용은 보통 계약서 1건당 [사실 확인 필요: 2026년 호치민 공증 번역 비용] 수준인데, 보증금 수개월치에 비하면 훨씬 싸다.

분쟁의 90%를 만드는 조항 3가지
계약서 분량이 많아 보여도, 실제 한국인 임차인과 집주인 사이 분쟁이 발생하는 조항은 대부분 세 곳이다.
① 보증금(Tiền đặt cọc / Tiền thế chân) 환급 조건
보증금은 보통 1~3개월치 월세다. 문제는 환급 시점과 공제 항목이다. 계약서에 “Trong vòng 30 ngày sau khi kết thúc hợp đồng(계약 종료 후 30일 이내)”이라고 돼 있어도, 실제로 집주인이 아파트 상태 점검을 이유로 환급을 지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제 가능한 항목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hao mòn tự nhiên(자연 마모)”과 “thiệt hại do thuê (임차인 과실 손상)”의 경계를 계약서에 명확히 써야 한다. 이 구분이 없으면 집주인이 임의로 도배·청소·가구 교체 비용을 공제한다.
② 중도 해지 위약금(Phạt vi phạm hợp đồng)
주재원이 자주 걸리는 함정이다. “계약 기간 내 중도 해지 시 보증금 몰수”라는 조항이 베트남어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영어 번역본에는 “penalty fee”로 두루뭉술하게 적혀 있어도, 베트남어 원문에 “mất tiền đặt cọc(보증금 몰수)”라고 돼 있으면 그게 기준이다. 본사 발령으로 갑작스러운 귀국이 생기는 주재원이라면 계약서에 중도 해지 통보 기간(예: 60일 전 통보 시 위약금 면제)을 명시해달라고 협상해야 한다.
③ 집주인 일방 해지 조항(Điều khoản chấm dứt hợp đồng đơn phương)
집주인이 일정 조건 하에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목적 변경”, “건물 공사”, “개인 사용” 등의 사유가 포함돼 있으면, 집주인이 계약 기간 중간에 나가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때 보상 기준이 계약서에 없으면 임차인은 빈손으로 나와야 할 수도 있다.

나머지 4가지 조항 — 놓치면 매달 비용이 발생한다
위 3가지가 “큰 돈”의 문제라면, 아래 4가지는 “매달 조금씩 새는 돈”의 문제다.
④ 공과금 납부 기준(Điện, Nước, Internet)
전기·수도 요금을 누가 어떤 단가로 청구하는지 명시돼 있어야 한다. 특히 전기요금은 베트남 국영전력회사 EVN 기준 단가(lũy tiến)로 내는 건지, 집주인이 임의로 정한 단가로 내는 건지 반드시 확인한다. 서비스드 아파트에서 전기요금을 EVN 단가 대신 1kWh당 4,000~5,000 VND로 청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EVN 실제 단가의 2배 가까이 되는 수준이다.
⑤ 가구·가전 상태 기록(Biên bản bàn giao tài sản)
계약서 자체에 또는 별첨으로 가구·가전 인수인계 확인서가 첨부돼야 한다. 입주 시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TV 상태를 사진으로 찍고 쌍방 서명을 받아두지 않으면, 퇴거 시 집주인이 “원래 안 됐던 것”을 임차인 과실로 청구하는 사례가 나온다.
⑥ 반려동물·흡연·전대차 금지(Cấm nuôi thú cưng, hút thuốc, cho thuê lại)
금지 항목이 계약서에 있는지 확인하는 이유는, 없으면 가능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분쟁 시 “몰랐다”는 주장을 못 하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전대차(cho thuê lại) 조항은 에어비앤비 운영을 생각하는 임차인에게 중요하다. 명시적으로 금지 또는 허용이 적혀 있어야 한다.
⑦ 계약 갱신 조건(Gia hạn hợp đồng)
계약 만기 30~60일 전에 어느 쪽이 갱신 의사를 통보해야 하는지, 통보 없으면 자동 갱신인지 자동 종료인지 명시돼 있어야 한다. 자동 갱신 조항이 없는 상태에서 집주인이 갱신 시 월세를 대폭 올리거나, 반대로 임차인이 통보 없이 연장 거주해 위약금을 물게 되는 경우 모두 이 조항 부재에서 비롯된다.

구(區)별 계약 관행 차이 — 7군·2군·빈탄은 다르다
호치민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지역마다 집주인 성향과 계약 관행이 다르고, 이게 실제 협상력에 영향을 준다.
| 지역 | 주요 임차인 성향 | 계약 관행 특징 |
|---|---|---|
| 7군 푸미흥(Phú Mỹ Hưng) | 한국인·외국인 비율 높음 | 영문 계약서 병기 비교적 일반적. 집주인도 외국인 임차인 경험 많아 협상 여지 있음 |
| 2군 타오디엔(Thảo Điền) | 서양권 외국인·한국인 혼합 | 고가 임대 물건 많음. 부동산 에이전트 개입 비율 높아 계약서 표준화 수준 상대적으로 높음 |
| 빈탄(Bình Thạnh) | 한국인·현지인 혼합 | 순 베트남어 계약서 비율 높음. 가격 협상 여지는 있으나 계약서 조건 협상은 상대적으로 어려움 |
| 1군(Quận 1) | 주재원·단기 거주 외국인 | 서비스드 아파트 비율 높음. 계약서 조건 고정된 경우 많아 협상 여지 제한적 |
2026년 현재 호치민 외국인 선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역·면적에 따라 편차가 크다. 7군 푸미흥 기준 방 2개 아파트(70~90㎡)는 [사실 확인 필요: 2026년 7군 푸미흥 아파트 2베드 평균 월세], 타오디엔 기준 동일 면적은 [사실 확인 필요: 2026년 타오디엔 2베드 평균 월세] 수준으로 알고 있는데, 이 부분은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직접 시세를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베트남 법무부 공식 포털(Bộ Tư pháp)에서 임대차 관련 표준 계약서 양식을 참고할 수 있다. 집주인이 제공하는 계약서가 이 양식과 크게 다를 경우, 협상의 근거로 쓸 수 있다.

계약서 협상 — 이건 협상 가능하고, 이건 거의 안 된다
현지에서 사업 운영하면서 여러 한국인 사장님·주재원의 계약 과정을 옆에서 본 경험으로 말하면, 협상 가능한 항목과 그렇지 않은 항목이 꽤 명확히 나뉜다.
협상 가능한 항목:
– 보증금 환급 기한 단축 (30일 → 15일)
– 중도 해지 통보 기간 조건 추가 (60일 전 통보 시 위약금 감면)
– 가구·가전 수리 책임 기준 명확화
– 계약 갱신 시 월세 인상 상한 사전 합의
협상이 거의 안 되는 항목:
– 전기요금 단가 (서비스드 아파트는 특히 고정)
– 반려동물 금지 (아파트 관리 규정과 연동된 경우가 많아 집주인도 임의로 풀 수 없음)
– 보증금 자체 금액 (물건 경쟁이 심할수록 협상 여지 없음)
직접 겪어본 바로는, 집주인이 계약서 수정에 난색을 보일 때 “영문 계약서 추가 첨부”를 요청하는 것만으로도 협상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기록을 남기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집주인 태도가 바뀌기도 한다.

서명 전 체크리스트
- ☐ 베트남어 원문과 영어(또는 한국어) 번역본의 주요 조항 내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했는가
- ☐ 보증금 환급 기한이 “영업일”인지 “역일(calendar day)”인지 명시돼 있는가
- ☐ 보증금 공제 가능 항목(자연 마모 vs 임차인 과실)이 계약서에 구분돼 있는가
- ☐ 중도 해지 위약금 조건과 통보 기간이 명시돼 있는가
- ☐ 집주인 일방 해지 사유와 보상 기준이 적혀 있는가
- ☐ 전기·수도 요금 청구 단가와 납부 방식이 명시돼 있는가
- ☐ 가구·가전 인수인계 확인서(사진 포함)를 작성하고 쌍방 서명을 받았는가
자주 묻는 질문
Q1. 베트남어를 못해도 계약서를 직접 검토할 수 있나요?
베트남어 원문을 직접 읽기 어렵다면 공증 번역사(dịch thuật công chứng)에게 계약서 번역을 의뢰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현지 법무 서비스 업체나 한국인 커뮤니티를 통해 베트남법 이해하는 한국어 가능 번역사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Q2. 구두로 합의한 내용은 효력이 없나요?
베트남에서 임대차 관련 구두 합의는 분쟁 시 입증이 거의 불가능하다. 집주인과 합의한 내용은 반드시 계약서 본문 또는 별첨 합의서에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 카카오톡·Zalo 메시지도 보조 증거로 사용될 수 있지만, 계약서 서면이 우선이다.
Q3. 계약 기간 중 집주인이 바뀌면 계약은 어떻게 되나요?
원칙적으로 임대차 계약은 집주인이 변경되더라도 기존 계약 조건 그대로 유지된다(물권법 승계 원칙). 단, 계약서에 “소유권 변경 시 계약 해지 가능” 조항이 들어가 있으면 문제가 된다. 이 조항이 있다면 협상으로 삭제하거나, 새 소유자의 계약 승계 동의 조건을 추가해야 한다.
Q4. 부동산 에이전트가 계약서를 검토해준다고 하는데, 믿어도 되나요?
에이전트는 거래 성사에 이해관계가 있다. 계약서 내용보다 계약 자체를 우선하는 경향이 있어서, 불리한 조항을 적극적으로 지적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에이전트 검토와 별개로, 본인이 핵심 조항을 직접 확인하거나 별도 법률 검토를 받는 게 안전하다.
Q5. 집주인이 계약서 원본을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베트남 민법상 계약 당사자는 계약서 원본을 1부씩 보관할 권리가 있다. 집주인이 원본을 주지 않는다면 계약 자체를 재고하는 게 맞다. 최소한 집주인 서명이 들어간 사본을 스캔·보관해두어야 한다.
오현 | 호치민 21년차 | WPdesign 대표
2005년 호치민 이주 후 현지 사업·생활 정보를 직접 써온 nowviet.com 운영자. 부동산·행정 실무 관련 문의는 아래로.
